‘나는 솔로’ 27기를 보면서 정숙이라는 인물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첫 등장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정숙은 수줍거나 소극적인 인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행동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 자체로도 그녀가 단순히 흘러가는 출연자 중 한 명이 아니라, 이번 기수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여자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소 '여우 같다'고 느껴질 수 있는 말투나 행동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정돈된 자기 어필이었다.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감각적으로 아는 사람 같았다. 마냥 들이대지도 않고, 그렇다고 빠지지도 않는 거리감 유지, 필요할 땐 적극적으로 시선을 끌 줄 아는 전략. 이런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같은 여자로서 오히려 그 점이 인상 깊었다. 자신의 매력을 정확히 알고, 스스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그리고 그건 비난할 게 아니라 배워야 할 자세 아닐까 싶다.
자기소개 시간에도 그녀는 중심에 있었다. 포항 출신에 현재 포항에서 근무 중이라는 말을 듣자 남성 출연자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거리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마음속에 확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거나 근무 중인 상황에서 포항이라는 거리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 분위기가 살짝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정숙 본인도 아마 그 눈빛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흔들림 없이 웃으며, 자신의 현재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오히려 그 진지한 태도가 더 신뢰를 주었고, 단순히 ‘가까운 거리의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겠다는 그녀의 진심이 전해졌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다. 예고편에서 정숙에게 대화를 신청하는 남성 출연자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처음에는 거리 문제로 포기하려 했던 사람들이, 그녀와 대화를 나눠본 뒤 마음이 바뀐 것이다. 마음이 움직이면 거리 따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결국 사랑이라는 건 계산이 아닌 감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당장의 조건보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 정숙은 그런 감정을 자아내는 사람이었다.
정숙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때때로 ‘좋은 여자’ 혹은 ‘예쁜 사랑’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에 얽매여 있다. 조용하고 수줍으며 한 발 물러서 있는 여성이 이상적이라는 생각, 지나치게 표현하면 가볍고 가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불편함. 하지만 사랑은 표현하는 만큼 가능성이 커진다. 정숙은 그걸 알고 있었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적어도 나에게는, 부러울 만큼 멋지고 현명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정숙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에너지는 분명히 이 시즌을 기억에 남게 만들 요소가 될 것이다. 그녀의 선택이든, 다른 출연자의 선택이든,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이 오가고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된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일 수 있겠지만, 그 진심만큼은 분명히 전해졌을 것이다.